샤워하며 담배를 피워 본 일이 있는가?
샤워하며 담배를 피워 본 일이 있는가?
따듯한 물줄기를 맞으며
숨을 머금었다가
머리가 핑 돌 때 쯤
푸욱 내쉬는 한숨이,
코로 들이켜는 젖은 연기가,
세상의 전부인 양
다른 건 아무래도 좋다.
몇 번이고 숨을 들이마시고, 내쉬면서
뇌와 폐를 연기로 가득 적신 채
팔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에
세상은 사라지고
오직 이 감각을
느끼고 있는 나와
내 몸.
강가에 우두커니 앉아 강 바람을 맞으며
저 건너를 바라보면
제 갈 길 바쁘게 가는 차들이
반짝이는 불빛과 여의도를 수 놓은 빌딩이
적막강산 같다.
주변에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와
달리는 발소리와
이리 나오라는 세찬 손짓과
쏜살같이 나아가는 자전거 소리가
번쩍인다.
서울에 온 지 어언 십 년,
시나브로 쌓인 관계들에 술 한잔하자면
외로움은 지칠 줄 모르고
나를 결코 혼자 두지 않는다.
그를 벗 삼을 법함에도
도통 친해지지 못해 결국 책을 펴고
아로새긴 글들을 어루만져
그와 한 몸이 되는 일
곱씹어 삼키고 되새기고
소화 된 그가 내 안에 쌓여
그의 정신을 뜯어먹고 사는 식인종이 된다.
이름모를 이모의 삶 처럼
도무지 결핍이라곤 경험하지 못하게
철저히 가로막힌 지리멸렬한 삶이라기엔
제법 많은 결핍을 두었음에도
무엇이 결핍이었나 물으면
답할 길이 없다
그저 정말 힘들었는데,
그 힘들었던 내 인생에 대해
할 말이 없다는 것에
그리고 그 결정에
깊이 탄복할 뿐이다.
내게도 안진진이와 같은 이가 곁에 있었더라면
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삶을
여기서 끝내기로 할 수 있었을까
살아갈 용기가 없어 살아지는 인생을 살다 보면
자연히 사라지겠지만
그럼에도 단 한번 용기를 내어
내 삶을 결정한다면
그것이 내 마지막 순간이길 바라 마지않는다.